대기업 오너일가 ‘문어발식’ 등기이사 겸직...우오현 SM회장 36곳 ‘최다’
하위 그룹일수록 극심…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도 빠져
- 작성일2018-05-30
대기업 오너일가의 계열사 등기이사 과다겸직이 도를 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무려 36개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고, 10개 이상 계열사 등기이사 겸직자도 권민석 아이에스동서 사장, 박상훈 신안 대표 등 10명이나 됐다.
특히 신안, 아이에스동서, 무림, 대성 등 하위 그룹일수록 겸직기업 수가 많은데, 이들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도 빠져 있어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태다.
30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지난 3월 말 기준 총수가 있는 국내 100대 그룹 오너일가 중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3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오현 SM그룹 회장이 36개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등재돼 ‘최다’를 기록했다. SM그룹은 삼라건설이 전신이며 우방그룹 인수 등을 통해 몸집을 키워왔는데, 우 회장은 68개 계열사 중 절반이 넘는 36곳(52.9%) 등기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것이다.
이어 권민석 아이에스동서 사장(17개), 박상훈 신안 대표(금융부문, 15개), 주지홍 사조해표 상무‧박순석 신안 회장(각 14개), 김영훈 대성 회장(13개), 박훈 휴스틸 사장‧이진철 신안 총괄사장(각 12개), 김정주 대성홀딩스 사장(11개),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10개) 등 10명이 10개 이상 계열사 등기이사를 겸직중이다.
특히 신안그룹의 경우는 전체 계열사가 22개인데, 박순석 회장과 장남 박훈 사장, 차남 박상훈 이사, 사위 이진철 등 오너일가 4명이 하나같이 10개 이상 계열사 등기이사를 겸직중이다.
등기이사는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기업의 의사 결정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갖는다. 이사회 개최 건수가 연간 15차례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10개사 등기이사에 등재할 경우 이사회만 150회 가량 참석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때문에 과도한 등기이사 겸직은 ‘오너일가 배불리기’란 비판 외에도 부실경영 초래 우려가 있어 금기시되고 있는 것이다.
이 외에 신동빈 롯데 회장‧이태성 세아홀딩스 부사장‧주진우 사조 회장‧이도균 무림 전무 등 4명이 각 9개, 김영대 대성산업 회장‧김요한 서울도시가스 부사장‧서준혁 대명홀딩스 사장‧현정은 현대 회장 등 5명이 각 8개, 조양호 한진 회장‧김홍국 하림 회장‧신동원 농심 부회장 등 3명이 각 7개사 등기이사를 겸직중이다.
조현준 효성 회장‧조현상 효성 사장‧이웅열 코오롱 회장 등 6명은 각 6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등 11명은 각 5개사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다. 5개사 이상 등기이사로 발을 걸치고 있는 오너일가가 총 39명이나 되는 셈이다.
등기이사를 2곳 이상 겸직하고 있는 오너일가는 총 108명이고, 이들의 등기이사 등재기업수는 평균 5.0개로 조사됐다.
1인당 등기이사 겸직기업 수를 그룹별로 보면, SM그룹이 36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안(13.3개), 사조(11.5개), 아이에스동서‧롯데‧무림(각 9개), 대성(8.6개), 현대(8.0개), 하림(7.0개), 농심(6.5개)이 겸직 기업 수 상위 ‘톱10’에 포함됐다.
이 중 신안, 사조, 아이에스동서, 무림, 대성, 현대, 농심 등 7곳은 공정위가 정한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60개 그룹에서도 벗어나 있다. 따라서 이들은 오너일가 자녀 등이 등기이사로 등재된 기업에 일감을 몰아줘도 제재를 받지 않는다.
이밖에 S&T‧효성‧코오롱(각 6개), 대명(5.5개), 한진‧금호석유화학‧셀트리온‧아모레퍼시픽‧현대산업개발(각 5.0개) 등 19개 그룹이 오너일가 겸직기업수 평균인 5곳을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