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와병 1년, 삼성 승계 거의 절반 완성…이재용 삼남매 주식자산 3배↑
현대중공업·SK ‘0%’대
- 작성일2015-05-10
지난해 5월10일 이건희 삼성 회장이 쓰러진 후 1년여 만에 이재용‧부진‧서현 삼남매의 승계 작업이 거의 절반 완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삼남매의 주식자산 가치도 3조7천억 원에서 12조4천억 원으로 3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 이 회장 일가의 주식자산 승계율은 지난해 초 22%에서 지난 7일 기준 48%로 배 이상 높아졌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은 주식자산이 2조6천억 원에서 7조8천억 원으로 5조 원 이상 늘어나며 삼남매 승계자산의 63%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30대 그룹 오너 일가의 주식자산 승계율도 40%로 지난해 초 대비 6%포인트 높아졌다. 하지만 삼성을 제외하면, 나머지 그룹 2~4세의 주식가치는 4% 하락해 승계율이 되레 1%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10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2014년 이후 1년4개월여 동안 30대 그룹 중 총수가 있는 26개 그룹의 주식자산 승계율 변동내역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초 34.1%에서 지난 7일 종가 기준 39.9%로 5.8%포인트 높아졌다.
주식자산 승계율은 경영권을 갖고 있는 총수와 부인, 자녀 등 대주주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전체 주식자산 중에서 자녀들에게 이전된 주식자산 비율을 가리킨다. 조사 결과 주식을 보유한 부모 세대 경영인은 127명이었고, 자녀세대는 210명이었다.
주식자산은 상장사의 경우 5월7일 종가 기준, 비상장사는 2014회계연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순자본가치에 개인별 보유 지분율을 곱해 산출했다.
30대 그룹 중 주식자산 승계율이 눈에 띄게 높아진 곳은 삼성그룹이었다. 삼성은 지난해 초 22.2%에서 지난 7일 현재 47.5%로 25.3%포인트나 급상승했다.
조사 기간 내 이 회장과 홍라희 라움미술관장의 주식가치는 13조 원에서 13조6천억 원으로 5.3%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이재용‧부진‧서현 삼남매는 3조7천억 원에서 12조4천억 원으로 234.7%나 급증했다.
삼성가 삼남매 주식가치의 폭등은 지난해 삼성그룹이 사업 구조재편에 나서며 제일모직(전 삼성에버랜드)과 삼성SDS를 상장시키면서 보유 주식가치 평가액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제일모직 지분 23.24%를 지닌 이재용 부회장의 주식 평가액은 1조 원에서 4조5천억 원으로 급증했다. 삼성SDS 상장으로 이 부회장 주식지분 11.25%의 가치도 4천억 원에서 2조1천억 원으로 높아졌다.
이에 힘입어 이재용 부회장의 주식자산 평가액은 지난해 초 2조6천억 원에서 1년여 만에 7조8천억 원으로 201.0% 증가했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삼성SDS 외에 삼성전자(0.57%), 삼성생명(0.06%), 삼성화재(0.09%) 지분도 보유 중이다.
이부진‧서현 사장 역시 제일모직과 삼성SDS 주식 7.75%와 3.90%씩을 보유해 주식가치가 3배 이상 높아졌다.
이부진 사장은 6천200억 원에서 2조3천억 원으로 276.8%, 이서현 사장은 4천800억 원에서 2조2천억 원으로 361.5%나 증가했다.
이들 삼남매의 주식가치는 1년여 만에 8조7천억 원 늘었는데, 이는 30대 그룹 2~4세 전체 증가액인 7조9천억 원보다 8천억 원 많은 규모다.
삼성가 삼남매를 제외한 30대 그룹 2~4세의 주식가치는 21조 원에서 20조2천억 원으로 오히려 7천800억 원(3.7%)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25개 그룹의 주식자산 승계율은 37.7%에서 36.3%로 되레 1.4%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롯데그룹 지배구조 관련 핵심 주인 롯데쇼핑 주가가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진데다가 현대차그룹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처분한 영향이 컸다.
롯데쇼핑은 주가가 지난해 초 40만4천 원에서 7일 25만5천 원으로 36.8% 하락함에 따라 13.5% 지분을 보유한 롯데가 2세 신동빈 회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주식가치가 1조7천억 원에서 1조800억 원으로 각각 6천300억 원(36.8%)씩 총 1조2천억 원 이상 감소했다.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처분하며 지분율이 43.4%에서 30% 미만(29.99998%)으로 내렸다. 이로 인해 정 회장이 1조 원에서 6천억 원으로, 정 부회장이 2조8천억 원에서 2조 원으로, 부자가 합쳐 1조2천억 원 낮아졌다.
30대 그룹 중 자산승계가 완성됐거나 마무리 단계인 곳은 롯데와 KCC, 현대백화점 등이었다.
롯데는 신격호 총괄회장 등 1세대 경영자들의 지분가치가 3천200억 원이었고, 신동빈 회장 등 2세가 3조5천억 원으로 승계율이 91.7%로 가장 높았다.
KCC와 현대백화점도 정상영, 정몽근 세대에서 정몽진, 정지선 세대로 87.1%와 84% 승계가 이뤄졌다.
이어 효성(74.3%), 두산(73.8%), 동부(70.8%), 금호아시아나(68.4%), 영풍(장형진 일가, 53.2%) 등 8개 그룹이 후계 세대의 주식자산이 승계 세대를 앞섰다.
이에 반해 삼성을 비롯한 18개 그룹은 여전히 승계 세대의 주식자산이 후계 세대보다 많았다.
그룹별 주식자산 승계율을 보면, 삼성(47.5%), 대림(43.2%), 신세계(40.2%)는 40%대였고, 영풍(최창걸 일가, 39.9%), 한화(37,4%), 현대차(37.3%)는 30%대였다. 한진(조양호 일가, 24.5%), OCI(22.3%), GS(22.1%), LG(21.5%), LS(18.9%), 미래에셋(10.9%) 등은 승계율이 10~20%에 속했다.
현대중공업은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의 주식가치가 1조 원 이상인데 반해 그의 아들인 정기선 상무는 현대중공업 주식 53주를 보유해 승계율이 ‘제로’에 가까웠다.
SK(0.3%)를 비롯해 부영(2.3%), CJ(3.0%), 현대(5.5%), 동국제강(8.5%) 등도 승계율이 한 자리 수였다.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삼성의 승계율이 25.4%포인트로 가장 크게 높아졌고, 동부(6%포인트), 영풍(최창걸 일가, 5.7%포인트), OCI(5.7% 포인트), LS(5.3%포인트) 등이 5%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반대로 영풍 장형진 일가는 5.8%포인트 낮아지며 하락폭이 가장 컸고, 한진(1.7%포인트), 롯데‧한화(각 1.5%포인트) 등도 1%포인트 이상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