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사외이사 10명 중 4명은 '관피아'
관료 출신의 60%는 4대 핵심 권력기관 출신
신세계 관료 비중 82% ‘톱’…유통 등 내수기업 비중 압도적
- 작성일2014-06-25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피아’에 대한 사회적 비판여론이 거세지만 대기업 그룹의 ‘바람막이’용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 선호도는 되레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49개 그룹 사외이사의 관료 출신 비중은 37%로 전년보다 2%포인트 높아졌다. 이 중 법원·검찰을 비롯해,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감사원 등 기업 경영과 밀접한 4대 핵심 권력기관 출신이 60% 이상을 차지했다.
25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가 상호출자제한 49개 기업집단 238개 상장사의 사외이사(1분기 보고서 기준) 출신 이력을 조사한 결과 총 750명 중 36.9%인 277명이 관료 출신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과 비교해 전체 사외이사 수는 7명 줄었지만,관료 출신은 268명에서 9명이 늘었다. 관료 출신 사외이사 비중도 35.4%에서 1.5%포인트 상승했다.
관피아 역풍이 거세지만 대기업들조차 각종 규제 등 공권력에 대한 방어 수단으로 권력기관 출신 관료들을 대거 영입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외이사가 대주주 일가의 독단경영과 전횡을 차단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지만 기업이 오히려 외풍을 막는 ‘바람막이’로 악용하는 셈이다.
특히 올 들어 대기업 사외이사는 국세청(관세청)과 감사원 출신이 11명(20%) 이상 늘며 핵심 권력기관 출신에 대한 선호도를 반영했다. 이에 따라 4대 권력기관 출신 인사는 165명에서 173명으로 늘었고,관료 사외이사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1.6%에서 62.5%로 높아졌다.
법조(법원·검찰) 출신 인사가 84명으로 가장 많았고,세무(국세청·관세청) 50명,공정위 24명,감사원 15명 순이었다.
반면 학계와 재계 출신 사외이사는 381명에서 367명으로 14명(-4%) 감소했고,그 빈자리를 관료 출신 인사가 고스란히 차지했다.
그룹별로는 신세계가 관료 출신 사외이사 비중이 가장 높았다. 7개 상장사 17명의 사외이사 중 무려 82.4%인 14명이 관료 출신 인사였다.
특히 신세계그룹은 신세계,이마트,신세계아이앤씨,신세계푸드 등 전체 상장사의 절반이 넘는 4곳에서 관료 출신 사외이사 비중이 100%를 보였다.
2위는 영풍으로 13명 중 9명(69.2%)이 관료 출신 인사였고,현대산업개발(66.7%),롯데(65.5%),동국제강(63.2%),CJ(60.7%) 등이 60% 이상으로 뒤를 이었다.
현대자동차,한국타이어,세아,삼천리는 관료 출신 사외이사가 딱 절반을 차지했고,두산(48%),OCI(46.7%),현대(46.2%),SK(44.8%),효성(42.9%),현대중공업(40%),아모레퍼시픽(40%),태영(37.5%) 등도 평균치보다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반대로 하이트진로,이랜드,미래에셋,대우조선해양은 관료 출신 사외이사가 한 명도 없었다.
올 들어 사외이사 진출이 더욱 활발해진 국세청 및 관세청 출신 인사로는 HMC투자증권 임성균(광주지방국세청장),SK네트웍스 허용석(관세청장),LS산전 이병국(서울지방국세청장) 등이 대표적이다. 롯데쇼핑과 KT&G의 사외이사를 겸직 중인 박동열도 대전지방 국세청장 출신이다.
동부제철 원유승,현대엘리베이터 박의명은 감사원 국장 출신으로 올해 주총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대기업 그룹 사외이사 중에는 검찰총장,장관 등 고위 관료 출신 인사도 대거 포진해 있다.
두산엔진 정구영(23대 검찰총장) 사외이사를 비롯해 금호산업 김도언(26대),삼성전자 송광수 사외이사(33대),CJ오쇼핑 김종빈(34대) 사외이사 등이 역대 검찰총장을 지냈다.
삼성생명보험 박봉흠(기획재정부),삼성증권 김성진(해양수산부),SK C&C 이환균(국토교통부),SK이노베이션 김영주(산업통상자원부),GS 이귀남(법무부),KT 김종구(법무부),CJ대한통운 이기호(고용노동부),고려아연 이규용(환경부),코오롱인더스트리 김성호(보건복지부),삼천리 곽결호(환경부) 등은 장관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