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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몰아주기 법안 형평성 잃어…50대 이하 그룹이 더 심각
보도자료 기업데이터를 분석하여 연간 50여개의 보도자료를 작성하여 국내외 언론에 배포하고 있습니다.
일감몰아주기 법안 형평성 잃어…50대 이하 그룹이 더 심각
100대 그룹 규제대상 비중, 상위 43개 그룹 13%, 하위 49개 그룹 17%
공정위 감시는 43개 그룹만…하위그룹엔 완전 '면죄부'
  • 작성일2014-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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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경제민주화법이 지난 14일 시행됐지만 핵심 내용인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에서 벗어난 자산총액 5조 원 이하 49개 그룹의 규제 계열사 비중이 삼성, 현대차 등 상위 43개 재벌보다 더 높게 나타나 부작용과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

현행 경제민주화법이 일감몰이 규제 대상을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의 51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43개 그룹으로 한정하고 있어, 대주주일가 지분율이 높더라도 그 이하 재벌 그룹들은 계열사 간 일감몰아주기 등을 통해 부를 대물림해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게 된 것이다. 사실상 법으로 면죄부를 안겨 준 셈이다.

자산규모를 일부러 늘리지 않고 5조 원 이하로 유지해, 증식과 대물림을 한 뒤 다시 덩치를 키우는 기업들도 나타날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100대 그룹 중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하위 그룹의 경우, 대주주일가의 기업 지배구조와 부의 대물림이 상위 43개 기업집단과 아무런 차이를 보이지 않는데다가, 최근 공정위가 공기업마저 내부거래 근절 대상으로 삼은 만큼 형평성 논란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실제로 하위 그룹 대주주일가 지분이 상장사 30%, 비상장사 20%를 초과하는 계열사 비중은 17%로 43개 기업집단(13%)보다 높게 나타났다.

26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가 자산 총액기준 국내 100대 그룹 상장사와 비상장사 2천332개 회사(2월4일 기준)의 대주주일가 지분율을 전수 조사한 결과, 공정위의 감시 대상 계열사 비중은 43개 기업집단(13%)보다 하위 49개 그룹이 17%로 더 높게 나타났다.

비상장사는 대주주일가의 지분공시가 상시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연말 및 분기에 발표되는 최신 보고서상 지분율을 조사했으며, 해외 계열사는 제외했다.

100대 그룹 중 자산 5조 원 이하의 49개 그룹은 814개 전체 계열사 중 138개사(17.0%)가 공정위가 정한 대주주일가의 지분율 기준을 넘어섰다. 상장사가 121곳 중 34개사, 비상장사는 693곳 중 104개사였다.

일감몰이 규제 대상인 43개 기업집단은 상장사 223개사와 비상장사 1천296개사 중에서 각각 32개사, 165개사 등 총 197개사(13.0%)가 대주주일가 지분율 30%, 20%를 초과했다.

일감몰이로 막대한 자본이득을 챙기는 재벌들의 불공정 행위를 막고자 법이 제정됐지만, 정작 감시 대상 계열사 비중이 더 높은 하위 그룹들은 면죄부를 받은 셈이다.

하위 49개 그룹 중 공정위 규제 감시 대상 기업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대한유화와 경방이었다. 대한유화와 경방은 계열사가 4개와 2개에 불과하지만 대주주일가 지분율이 30%·20%을 초과한 비중이 50%에 달했다.

오뚜기와 SPC가 42.9%와 40%로 3, 4위를 기록했고, 이어 넥센(36.4%), 희성(35.7%), 고려제강·일진(33.3%), 무림(30.8%), S&T(30%) 등은 30%를 넘었다.

20% 이상인 그룹은 농심(29.4%), KISCO·한일시멘트(25%), KPX(24.0%), 이수·삼천리(23.1%), 동서(22.2%), 화승·대상(20%)이었고, 계룡, 보광, 사조, 동국산업, 선명, 아세아, 애경, 동원, 아주, 풍산, 태광실업, 오리온, LIG, 유진, 셀트리온, 세방, 대한제당 등도 10% 이상의 비중을 보였다.

반면 네이버, 동아쏘시오, 영원무역, 대신 등은 대주주일가 지분이 30%·20%를 넘긴 계열사가 하나도 없었다.

한편, 43개 기업집단에서는 부영과 한국타이어가 각각 16개의 계열사 중 9개사(56.3%)가 공정위 규제 대상에 해당돼 비중이 가장 높았다. KCC도 10개사 중 5개 계열사가 대주주일가 지분율 규제 기준을 넘어섰다.

이어 태광(27.9%), 효성(26.2%), OCI·영풍·세아(26.1%), 대성(25.9%), GS(25%), 대림·현대산업개발(20%), 현대자동차(19.3%), 코오롱(18.9%), 현대(15%), 한화(12.8%), 두산(12.5%), LS(11.8%), 한진중공업(11.1%), 미래에셋(10.7%), 웅진·아모레퍼시픽(10%) 순으로 규제 대상 계열사 비중이 높았다.

반면 현대중공업, 금호아시아나, 동국제강, 한라, 한국투자금융, 한솔 등은 대주주일가의 지분이 공정위 규제 기준을 초과한 계열사가 한 곳도 없었다.

규제 대상 계열사 비중이 10% 이상인 기업만 살펴보더라도 상위 43개 기업집단은 22개 그룹(51.2%)이지만, 하위 49개 그룹은 중 37개 그룹(75.5%)이 해당돼 수나 비율면에서 상위 집단을 압도했다.

이런 가운데 공정위로부터 일감몰이 규제를 받게 된 43개 기업집단은 법안 시행에 임박해 계열사 지분을 줄이거나 흡수합병 등의 방법으로 감시 대상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현대그린푸드가 대표적인 예로 지난해 8월 30.5%이던 대주주일가 지분율이 4개월 뒤인 12월에는 29.92%로 낮아져 감시 대상에서 벗어났다. OCI의 쿼츠테크도 지난해 5월 유상증자를 통해 20.8%였던 대주주일가 지분율을 15.4%로 낮췄다.

동국제강 디케이유엔씨, 세아 세아네트웍스, 한라 한라아이앤씨 등은 대주주일가가 지분을 정리했고, 부영 신록개발·부영씨앤아이, 세아 해덕스틸은 흡수합병을 통해 규제 대상에서 벗어났다.

이 외에 삼성에버랜드, 삼성SNS, 현대엠코 등도 합병과 내부거래 비율을 줄이는 경영변동을 진행하고 있어 추후 규제에서는 빠질 가능성이 높다.

CEO스코어 대표는 “공정위 감시 대상에서 제외된 100대 그룹 내 하위 그룹도 대주주일가의 기업지배 구조와 자산 증식 방법이 재벌과 다르지 않다”며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단순히 자산총액 5조 원 잣대로 못 박는 것은 형평성 논란을 야기할 수 있고, 재벌의 탈법적 자산 증식을 막는다는 당초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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