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그룹 사외이사 10명 중 4명은 권력기관 출신
- 작성일2013-10-03
30대 그룹 계열사의 사외이사 10명 중 4명은 검찰, 세무, 공정거래위원회 등 재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관료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위 그룹일수록, 내수 비중이 높을수록 관료 출신 사외이사의 비중이 두드러졌다.
3일 기업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가 국내 30대 그룹 185개 상장계열사의 사외이사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609명의 사외이사 중 관료 출신은 240명으로 전체의 39.4%에 달했다.
학계(196명 32.2%), 재계(128명 21.0%), 법무법인 등 민간 법조(17명 2.8%), 언론(17명 2.8%), 회계(6명, 1.0%) 등 다른 분야를 압도했다.
관료 출신 중에서도 검찰·법원 등 법조계, 국세청·관세청 등 세무, 공정거래위원회·감사원 등 소위 4대 권력기관 출신이 총 153명으로 64%에 달해 주류를 이뤘다.
특히 법조계 출신 사외이사는 87명으로 전체 관료 출신의 36.3%를 차지했다. 이같은 숫자는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고용노동부, 국토해양부 등 법무부를 제외한 16개 부처 출신을 모두 합한 수와 맞먹는다.
이어 세무 출신이 38명(15.8%)으로 뒤를 이었고 공정위 출신은 20명(8.3%)이다.
관료 출신 사외이사 비중은 11~30대 하위 그룹으로 갈수록 더 높아진다.
10대 그룹 332명의 사외이사 중 관료 출신은 107명으로 32.2%에 불과했으나, 11~30대 그룹의 관료 출신 사외이사는 277명 중 133명으로 40.1%에 달했다.
또 포스코, LS 등 중화학 수출 주력 기업보다 롯데, CJ, 신세계 등 내수업종에서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를 더 선호했다. 신세계, 롯데, CJ는 30대 그룹 중 전체 사외이사 대비 관료 출신 비중이 높은 1, 5, 6위에 각각 올라 있다.
그룹 규모가 작을수록, 규제가 많은 내수산업일수록 힘 있는 ‘방패’ 사외이사를 선호하는 셈이다.
그룹별로는 신세계의 관료 출신 사외이사 비중이 가장 높았다.
신세계 그룹 7개 상장계열사에서 활동하고 있는 17명의 사외이사 중 관료 출신은 총 15명으로 무려 88.2%를 차지했다. 나머지 2명은 재계 출신이었다. 관료 출신 15명 중에서도 세무(5명), 감사원(4명), 법조(2명), 공정위(1명) 등 소위 4대 권력기관 출신이 총 12명(80%)을 차지해 가장 두터운 ‘방패’를 자랑했다. 조근호 전 법무연수원장, 박영렬 전 수원지검장, 손영래 전 국세청장, 전형수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등 거물급 사외이사가 활동하고 있다.
2위는 영풍그룹으로 13명중 11명(84.6%)이 관료 출신이었고, 동부그룹이 19명 중 12명(63.2%) 동국제강그룹이 16명 중 10명(62.5%)으로 각각 3, 4위를 차지했다.
5위와 6위는 내수 산업이 주력인 롯데와 CJ가 이름을 올렸다.
10대 그룹 내 유일하게 관료 출신 비중이 60%를 넘는 롯데의 경우 총 29명의 사외이사 중 무려 18명(62.1%)이 관료 출신이었다. 역시 법조 출신이 6명으로 가장 많았고, 세무 5명, 공정위 3명 등의 순이었다. 김태현 전 법무연수원장, 조근호 전 법무연수원장, 정병춘 전 국세청 차장, 강대형 전 공정위 부위원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30대 그룹에서 활동하는 공정위 출신 사외이사는 20명에 불과한데, 이중 현대자동차가 7명을, 롯데가 3명을 무더기로 영입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재현 그룹 회장이 구속된 CJ는 총 26명의 사외이사 중 16명이 관료 출신으로 61.5%를 기록했다. 검찰·법원 등 법조 출신이 6명으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해 ‘법난’을 반영했다. 김성호 전 법무부장관, 김종빈 전 검찰총장, 김갑순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등이 활동하고 있다.
이어 두산(53.6%), 현대자동차(51.2%), 효성(50.0%) 등도 관료 출신 비중이 50%를 넘었다.
총 59명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는 삼성그룹은 관료 출신이 15명으로 25.4%에 불과했다. 이중 법조 8명, 세무 1명에 불과했고, 공정위는 아예 없었다. 삼성 사외이사 중 가장 많은 비중은 학계 출신 35명으로 59.3%를 차지했다.
30대 그룹 중 사외이사가 가장 많은 곳은 재계 3위 SK로 무려 62명에 달했다. 삼성보다 3명, 현대차보다는 무려 19명이나 많았다.
반대로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에쓰오일 등 단일 기업을 제외하고 사외이사가 가장 적은 그룹은 대림으로 7명에 불과했다. 이어 현대중공업 10명, 현대 12명, 영풍 13명, 효성 14명 등이었다.
사외이사 중 2개 기업에서 활동하고 있는 겸직자는 총 38명이었다.
송광수 전 검찰총장이 삼성전자와 두산 사외이사로 겹치기 출연하고, 윤세리 전 부산지검 검사는 SK하이닉스반도체와 두산인프라코어에서 활동하고 있다.
정진호 전 법무부차관도 한화와 호텔신라, 노영보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현대중공업과 LG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상희 전 법무부 차관은 LG전자와 효성, 주종남 서울대교수는 LG전자와 두산엔진, 한민구 서울대 교수는 삼성전기와 효성에 적을 두고 있다.
이들은 사외이사 활동만으로 연간 1억2천만 ~ 1억8천만 원의 수입을 챙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