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00대 기업, 현금 곳간 넘쳐도 투자는 줄여
- 작성일2013-06-26
국내 500대 기업들이 곳간에 현금을 쌓아두고 투자는 줄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10대 그룹 등 대기업일수록 투자 부진이 더 심각해 일자리 창출과 경기회복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 자동차, 석유화학, 조선중공업 등 수출 주력업종을 포함한 12개 주요 업종 투자가 줄줄이 뒷걸음질쳤다.
26일 재벌 및 CEO, 기업경영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 중 1분기 실적을 보고한 302개 사의 현금성 자산과 투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성 자산은 총 196조 원으로 작년 말 대비 10.8% 늘어난 반면, 투자는 31조 원으로 작년 1분기 대비 되레 8.3%나 줄어들었다.
기업들이 경기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현금을 쌓아두기만 할 뿐 투자 등을 통해 돈을 풀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같은 투자부진은 경기회복을 더디게 할 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10대 그룹 소속 회사들의 투자부진은 더욱 심각했다.
10대 그룹 계열 99개 회사의 1분기 말 현금성 자산은 147조 원으로 작년 말 대비 10.9% 늘었으나, 투자는 18조4천억 원으로 10.7% 뒷걸음질 쳤다.
이로써 500대 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전체 현금에서 10대 그룹 계열사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75%인 반면, 투자비중은 60%에 불과했다.
5대 그룹 소속 계열사로 좁힐 경우 투자 감소폭은 무려 16.5%로 더 커진다. 대기업일수록 투자 허리띠를 더 졸라매는 셈이다.
그룹별로는 1위인 삼성그룹의 투자 감속 폭이 가팔랐다. 삼성그룹 15개 계열사의 1분기 투자액은 총 6조1천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무려 31%나 줄었다. 반면 현금성 자산은 총 55조8천억 원으로 11.2%나 늘었다.
특히 삼성그룹 전체 현금성 자산의 76%인 42조원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1분기 투자규모가 3조6천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무려 53%나 줄어 눈길을 끌었다. 반면 현금성 자산은 17%나 늘었다. 삼성전자와 함께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전자 계열사들도 모두 투자를 축소했다.
반면 투자를 가장 많이 늘린 곳은 포스코로, 올해 1분기에 작년 동기 대비 59%나 늘어난 2조5천억 원을 집행했다. 절대 금액에서도 삼성그룹, LG그룹 다음으로 3번째다. 투자가 크게 늘어난 만큼 현금성 자산은 7조8천억 원으로 2.7% 줄었다.
10대 그룹 중 투자를 늘린 곳은 포스코를 비롯해 현대자동차(2조4천800억 원, 23.3%) 롯데(7천700억 원, 9.8%), GS(4천700억 원, 20.2%), 현대중공업(4천억 원, 26.4%) 등 5곳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투자를 줄인 곳은 삼성 외에 LG(3조1천억 원, -2.0%), SK(2조4천억 원, -22.1%), 한화(3천800억 원, -20.8%), 한진(2천700억 원, -37.3%) 등 5개 그룹이었다.
현금성 자산은 포스코와 한진(-10%)을 제외하고 8개 그룹이 곳간을 늘렸다.
특히 현대중공업의 현금성 자산이 10조9천억 원으로 작년 말 대비 무려 65.3%나 늘어 증가율 1위를 기록했다.
현금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그룹은 삼성(55조8천억 원)→현대차(37조3천억 원)→SK(14조3천억 원)→현대중공업(10조9천억 원)→LG(8조7천억 원)→포스코(7조8천억 원)→롯데(4조5천억 원)→GS(4조4천억 원)→한진(2조1천억 원)→한화(1조1천억 원) 순이었다.
업종별로는 공기업, 생활용품, 에너지, 제약, 철강 등 5개 업종의 투자만 늘고 나머지 전기전자, 자동차, 건설, 석유화학, 조선중공업 등 수출주력업종을 포함한 12개 업종의 투자가 일제히 줄어 수출 경기의 선행지표도 어둡게 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포진한 IT전기전자 업종 역시 28.8% 투자가 크게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