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내부거래 감소에도 ‘오너일가’ 일감 밀어주기는 더 심화
- 작성일2013-06-17
대기업 계열사 간 내부거래는 다소 줄어들었지만, 총수 일가 지분율이 30%를 넘는 계열사에 대한 그룹 차원의 일감 밀어주기는 오히려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그동안 사회적 관심에서 비켜나 있던 현대, 대림, 부영, 롯데 등 중견 그룹들의 총수 일가 계열사 챙기기가 유별난 것으로 나타나, 향후 이들 기업의 경영투명성 확보가 사회적 이슈로 제기될 전망이다.
17일 재벌 및 CEO, 기업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가 총수가 있는 대기업 집단 중 총수일가 지분율이 30%를 넘는 기업을 가진 22개 그룹의 2012년도 내부거래액을 조사한 결과, 매출액은 전년도 1천52조7천억 원에서 1천128조9천600억 원으로 7.2% 증가한 데 반해, 내부거래액은 150조8천200억 원에서 148조5천400억 원으로 1.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매출에서 내부거래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14.3%에서 13.2%로 1.1%포인트 소폭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총수 일가 지분율이 30%를 넘는 87개 기업의 내부거래 비중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30대 그룹 내 총수일가 지분율이 30%를 넘는 기업들의 매출 총액은 2011년 62조5천300억 원에서 지난해는 67조600억 원으로 7.3% 늘어난 반면, 내부거래액은 13조6천600억 원에서 15조1천300억 원으로 10.7%나 증가했다.
총수일가 지분 30% 이상 기업의 내부거래 증가율을 그룹별로 보면, 현대그룹이 94.4%로 가장 높고, 다음은 대림(60.0%), 부영(57.6%), 롯데(29.5%), 현대백화점(20.2%) 그룹 순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SK(-5.3%), 동국제강(-13.4%), 한진(-15.5%), LS(-17.9%), 영풍(-57.5%), OCI(-75.9%) 그룹은 총수일가 지분 30% 초과 기업에 대한 그룹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이 줄었다.
총수일가 지분이 30%를 넘고 내부거래 비중이 30% 이상인 기업의 내부거래액 증가율을 보면, 부영그룹의 신록개발 내부거래 매출액 증가율이 271.0%로 22개 그룹 87개 기업 중 가장 높았다. 신록개발은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의 아들 이성훈 씨가 대주주로, 지분율이 65.0%이고 계열사간 내부거래 비율은 100%다. 이 회사의 계열사간 내부거래 금액은 2011년 26억8천만 원에서 지난해는 99억4천400만 원으로 무려 271.0%나 급증했다.
다음으로는 대림그룹 에이플러스디는 대주주 이해욱 씨 55% 등 오너일가 지분율이 100%고 계열사간 내부거래액 증가율은 183.0%를 기록했다.
효성그룹 조현상·현준·현문 3형제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신동진(부동산 매매 임대업)이 122.3%의 증가율로 3위를 차지했고, 현대그룹 현정은·정지이 모녀가 67.1%% 지분을 갖고 있는 현대유엔아이(SI기업)가 110.5%의 내부거래 증가율로 4위를 차지했다.
이 외에 STX그룹의 STX건설(83.0%), 현대차 그룹의 현대엠코(71.8%), 대림그룹의 대림아이앤에스(62.3%), 부영의 부영씨앤아이(52.8%)와 광명토건(40.1%), GS그룹의 켐텍인터내셔날(34.9%) 등이 톱10에 랭크됐다.
CEO스코어 대표는 “대기업 일감몰아주기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면서 전체 계열사간 내부거래 비중은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런 와중에도 총수 일가 지분이 높은 기업들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가 변함없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동안 사회적 관심 대상이었던 대기업 그룹 대신, 상대적으로 관심권에서 비켜나 있던 그룹들의 총수 일가 챙기기가 더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대기업 그룹 못지않게 중견그룹 계열사들의 경영 투명성 강화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