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 사외이사는 ‘마네킹 거수기?’…5년간 찬성표 99.7%
사외이사 1,872명 중 ‘예스맨’ 1,792명…95.7%
- 작성일2014-04-23
10대 그룹 사외이사들이 최근 5년 동안 상정된 이사회 안건에 대해 99.7%의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조사됐다.
대주주 전횡 및 견제·감시를 위한 사외이사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마네킹 거수기’ 역할을 한 셈이다.
100%의 찬성률을 보인 곳도 LG·GS·한진그룹 등 3곳이나 됐고, ‘열이면 열’ 찬성표를 던진 사외이사도 전체의 96%에 달했다.
23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가 지난 2009~2013년 5년 동안 10대 그룹 92개 상장 계열사의 사외이사 활동내역을 조사한 결과 총 1천872명의 사외이사들이 4천626건의 이사회에 참석해 3만7천635표의 의결권을 행사했고 이중 찬성표는 99.7%인 3만7천538표였다.
100% 찬성표를 던진 사외이사만도 전체 1천872명 중 1천792명으로 95.7%에 달했다.
반대표는 5년을 통틀어 38표로 이사회에 참석한 사외이사 50명 중 한 명꼴에 불과했다.
사외이사 평균 찬성률이 가장 높은 그룹은 LG, GS, 한진그룹으로 불참을 제외한 반대와 기권표가 단 하나도 없었다.
LG는 239명의 사외이사가 4천527건의 안건에 대해 100% 찬성했다. GS와 한진 역시 140명과 97명의 사외이사들이 각각 1천866건, 1천677건의 안건에서 전원 찬성표를 던졌다.
삼성과 한화, 롯데는 99.9%로 2위권을 형성했다.
삼성은 355명의 사외이사 중 반대표를 던진 경우는 없었지만 기타로 분류된 의결권이 6건이 있었고, 롯데는 171명의 사외이사가 이사회 안건 5천173건 중 6건의 반대표를 던졌다. 한화는 사외이사가 138명이었고 3천845건의 안건에서 반대와 기권이 각각 1표, 2표 있었다.
이어 현대자동차가 4천465건 중 반대 5표, 기타 7표로 99.7%, 현대중공업이 845건 중 기권과 기타 각각 2표씩으로 99.5%의 찬성률을 보였다.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의 사외이사는 217명과 64명이었다.
포스코는 113명의 사외이사가 반대 11표, 기권 1표, 기타 4표 등 찬성이 아닌 16건의 의결권을 행사해 찬성률이 99.4%였다.
SK는 99.2%로 찬성률이 가장 낮았다. 338명의 사외이사가 6천346건의 안건 중 6천298표의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표는 15개였고 기권과 기타가 35개였다.
하지만 10대 그룹 전부 99%대의 찬성 비율을 보여 찬성률 순위는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사회 안건에 대한 사외이사의 불참 건수는 2천277건이었고 평균 불참율은 5.7%였다.
한진이 14%(274건)로 가장 높았고 다음은 GS 9.3%(191건), 한화 7.7%(319건) 순이었다. 한진과 GS는 100%의 찬성률을 기록한 가운데 불참률도 나란히 1, 2위를 기록했다.
LG는 10대 그룹 평균인 5.7%(276건)의 불참률을 보였고 SK(5.2%, 348건)와 삼성(5.1%, 342건), 현대차(5.1%, 241건) 등은 5%대였다.
포스코(101건)와 현대중공업(31건)은 3.7%로 8, 9위였고 롯데는 2.9%(154건)로 불참률이 가장 낮았다.
5년 동안 이사회는 4천626번 개최됐고 사외이사들의 이사회 평균 출석률은 93.2%였다.
현대중공업 사외이사의 출석률이 96.9%로 가장 높았고 이어 포스코(94.7%)→현대차(94.2%)→SK(94%)→롯데(93.9%) 순이었다. 한진이 84.9%로 가장 저조한 출석률을 기록했고 그 외 그룹은 모두 90% 이상을 기록했다.
CEO스코어 대표는 “그간 사외이사들이 대주주의 전횡을 막기는커녕 예스맨, 방패막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지적들이 끊이지 않았는데 이번 조사를 통해 객관적으로 입증된 셈”이라며 “사외이사 제도의 충실한 운영을 위해 개편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