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1조 클럽’ 5년 새 지각변동…電·車·문화콘텐츠 약진
조선·기계, 철강, 통신 등 전통·재래 업종 뒷걸음
그룹은 현대차, 업체는 기아차 시총 상승률 1위 기록
- 작성일2013-11-06
최근 5년간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시가총액 1조 원 이상 대기업들의 판도가 지각변동을 일으킨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와중에도 자동차·부품, 문화콘텐츠 및 정보서비스, IT전기전자 업종은 선전한 반면 통신, 은행, 여신금융, 증권, 운송, 조선·기계·설비 등의 전통·재래식 업종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 때문에 삼성, 현대차 외에도 한화, 영풍, 현대백화점, 한국타이어 등은 시가총액을 크게 늘리며 약진한 반면 세아, 한진중공업, 동국제강, STX그룹은 시가총액 1조원 이상 ‘1조 클럽’에서 퇴출됐다.
한진, 동양, 현대, 미래에셋, 금호아시아나, 현대산업개발, 코오롱, 포스코, KT&G, OCI, 두산 등도 시가총액이 코스피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저조한 성장률로 위상이 추락했다.
6일 기업경영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가 글로벌 경기침체가 본격화된 2008년 말 이후 최근 5년간 국내 증시에 상장된 시가총액 1조 원 이상 대기업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08년 말 102개였던 1조 클럽 회원사가 지난 10월 말에는 155개로 53개(52.0%)나 증가했고, 이들의 시가총액 합계도 491조원에서 1천61조 원으로 116.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코스피 지수는 1,124에서 2,030으로 80.5% 상승했고, 전체 상장기업들의 시가총액도 622조 원에서 1천316조 원으로 111.6% 증가했다.
그러나 이같은 상승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워크아웃과 주가하락, 인수합병 등으로 1조 클럽에서 탈락한 업체가 10개였고, 시가총액이 쪼그라든 대기업도 24개나 됐다.
시가총액 증가율이 코스피 상승률을 밑돈 기업 42개까지 합치면 총 76개로, 1조 클럽 회원사 155개 중 절반인 49%의 시총이 평균 이하를 기록한 셈이다.
업종별로는 2008년 IT전기전자 → 조선·기계·설비 → 철강 → 통신 → 석유화학 → 건설 → 식음료 순으로 시총이 높았으나, 올 10월말 기준으로는 IT전기전자 → 자동차·부품 → 석유화학 → 문화콘텐츠 및 정보서비스 → 조선·기계·설비 → 보험 → 철강 순으로 지각변화가 일었다.
자동차·부품, 석유화학, 문화콘텐츠 및 정보서비스, 보험 등은 약진한 반면 조선기계설비 철강 통신은 뒷걸음질 쳤다.
5년 동안 시총 1위를 휘어잡은 업종은 IT전기전자였다. IT전기전자 업종의 1조 클럽 회원사는 5년 새 8개사에서 10개로 늘었고, 시가총액도 96조5천억 원에서 282조1천억 원으로 192.3%나 급증했다.
자동차·부품 기업들은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1조 클럽 회원사가 5년 새 4개에서 10개로 늘었고,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도 18조8천억 원에서 133조6천억 원으로 무려 609.6%나 급증했다.
5년 전 존재감도 미미했던 네이버, SK브로드밴드 CJ E&M, 엔씨소프트 등 문화콘텐츠 및 정보서비스 업종은 5년 새 1조 클럽 회원사가 5개에서 16개로 늘었고, 시가총액도 13조6천억 원에서 56조9천억 원으로 317.9%나 급증하며, 석유화학에 이어 업종 분야 4위를 차지했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의 잇단 상장으로 시장 규모가 커진 보험업종도 5년 새 1조 클럽 회원사가 4개에서 9개로 늘고, 시가총액 역시 12조4천억 원에서 50조6천억 원으로 306.5% 급증하며 업종 규모 12위에서 5위로 뛰어올랐다.
반면 통신은 1조 클럽 회원사가 5개에서 3개로 줄고 시가총액 합계도 37조5천억 원에서 32조8천억 원으로 12.7%나 줄어들며 ‘감소율 1위’의 불명예를 떠안았다.
은행 역시 1조 클럽 회원사가 2개에서 1개로 줄고, 시가총액 합계도 7조5천억 원에서 6조7천억 원으로 10.0%가 줄었다.
이밖에 여신금융(0.9%), 운송(3.1%), 증권(5.3%), 철강(19.1%), 조선·기계·설비(24.0%) 등이 전체 코스피지수 상승률에 턱없이 못 미치는 미미한 성장률로 바닥권을 형성했다.
그룹별 시가총액은 삼성의 독주가 여전한 가운데, 현대차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삼성은 5년 새 1조 클럽 회원사가 12개에서 16개로 늘었고, 시가총액 합계는 108조4천억 원에서 309조7천억 원으로 185.6% 증가하며 부동의 1위를 유지했다.
반면 현대차 그룹은 상승률이 돋보였다. 1조 클럽 회원사는 6개에서 8개로 2개 밖에 늘지 않았지만, 시가총액 합계는 27조8천억 원에서 141조1천억 원으로 무려 407.7%나 폭증했다.
3위는 1조 클럽 회원사가 6개에서 9개로, 시가총액은 34조8천억 원에서 74조8천억 원으로 114.9% 증가한 SK가 차지했고, LG는 1조 클럽 회원사가 7개에서 9개로, 시가총액은 38조4천억 원에서 68조7천억 원으로 78.7% 증가하며 4위를 차지했다. 5위 포스코는 1조 클럽 회원사가 2개에서 3개로 늘었지만, 시가총액 합계는 35조3천억 원에서 33조2천억 원으로 6% 감소했다.
기업별로 지난 5년간 시총을 가장 많이 끌어 올린 곳은 기아자동차였다. 기아차는 지난 2008년 말 2조2천700억 원이었던 시총이 10월말 25조 원으로 무려 999.7%나 폭풍 성장했고, 시가총액 전체 순위도 60위에서 5위로 55계단이나 뛰어올랐다.
2위는 파라다이스로 시총이 2천400억 원에서 2조4천700억 원으로 922.6% 급증했다. 3위는 889.2%의 상승률을 기록한 쌍용차, 4위는 713.9%의 CJ E&M, 5위는 683.3%의 넥센타이어가 차지했다. 이 외에도 SK하이닉스(636.9%), 금호석유화학(581.0%), 한샘(541.8%), 현대차(540.5%), 대상(518.2%)이 시가총액 상승률 ‘톱10’을 차지했다.
반대로 신세계는 같은 기간 이마트 분사로 시가총액이 9조900억 원에서 2조6천300억 원으로 71%나 쪼그라들었고, 현대상선은 실적 부진으로 4조9천400억 원에서 2조1천200억 원으로 57%나 줄어들며 감소율 1, 2위를 차지했다.
이어 미래에셋증권(-48.6%), CJ대한통운(-41.1%), GS건설(-38.3%), 현대증권(-30.5%), 두산중공업(-30.3%), 현대산업개발(-27.3%) 등의 시총 감소율이 두드러졌다.
이 기간 1조 클럽에는 63개가 신규 진입하고, 10개가 탈락했다.
신규진입 업체 중에는 시가총액 20조9천억 원의 삼성생명이 단연 선두이고, 한국타이어(7조7천억 원), 이마트(7조1천억 원), 한화생명(6조2천억 원), SKC&C(5조7천억 원), 현대위아(4조7천억 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반대로 KTF, 외환은행, LG데이콤, 하이트맥주처럼 피인수 돼 소멸됐거나 STX팬오션, 동국제강, 한진해운, 한진중공업, 태웅, 메가스터디처럼 실적 부진으로 시가총액이 1조원 밑으로 쪼그라든 회사들은 1조 클럽에서 탈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