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그룹 83곳 오너 일가 주식담보 대출액 1.5조 달해…롯데관광개발, 오너일가 지분 95% 담보제공 '최대'
오너일가 대출금 4770억원으로 한미약품그룹 최대…방시혁 하이브 의장도 495억원 주식담보대출 받아
CEO스코어, 중견그룹 오너일가 주식담보 현황 조사
- 작성일2023-10-18
공정자산 2조원 이상(6월말 기준) 중견그룹 83곳의 오너일가가 보유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고 받은 대출 금액이 지난 9월말 현재 1조5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LT(LotteTour, 구 롯데관광개발, 이하 LT)그룹 오너일가가 보유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비율이 94.9%으로 가장 높았다. 대출액 기준으로는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가 477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는 담보주식 비율에서도 85.9%로 2위를 차지했다.
18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공정자산 2조원 이상 중견그룹 103곳 중 상장 계열사가 1개 이상 있는 83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9월말 현재 오너일가의 주식담보 대출금액(계열관계사에 대한 담보제공 제외)은 1조478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주식담보 대출금액 공시가 의무화된 지난 2020년 12월 당시 1조1256억원보다 3532억원(31.4%)이나 늘어난 수치다.
개별 그룹 오너일가의 담보주식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LT그룹(94.9%)으로 나타났다. LT그룹 오너일가의 담보주식 비율은 2020년 말 85.1%였으나 3년여 새 9.8%포인트가 증가했다.
LT그룹 오너일가 개인별 담보주식 비율은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이 97.5%, 김 회장의 배우자인 신정희 동화면세점 대표가 100%, 자녀인 김한준 롯데관광개발 대표 100%, 김한성 동화면세점 대표 65.7%로 각각 집계됐다.
오너 일가가 보유주식의 절반 이상을 담보로 제공한 그룹도 9곳(LT‧한미약품‧코스맥스비티아이‧NICE‧한국콜마‧현대‧조선내화‧파라다이스‧동아쏘시오)에 달했다. 오너 일가 보유주식에 대한 담보 비중이 높다는 것은 해당 기업에 대한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그만큼 공고하지 못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지난달 기준 주식담보 비율 상위 10개사는 한미약품(85.9%), 코스맥스비티아이(75.7%), NICE(74.2%), 한국콜마(70.0%), 현대(66.9%), 조선내화(55.7%), 파라다이스(52.4%), 동아쏘시오(52.0%), 한일홀딩스(45.3%) 등이었다.
한미약품, 조선내화, 파라다이스, 동아쏘시오 4곳은 주식담보 비율이 2020년 당시 50% 미만이었으나 3년 새 절반을 넘겼다. 반면 2020년 주식담보 비율이 50%를 넘었던 한일홀딩스는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2020년 대비 오너일가의 주식 담보 비율이 가장 크게 증가한 그룹은 한미약품으로, 2020년 33.6%에서 올 9월 85.9%로 52.3%포인트나 늘었다. 그 외 10%포인트 이상 늘어난 그룹은 풍산(19.6%p↑), 이지홀딩스(16.5%p↑), 화승(15.0%p↑), 동아쏘시오(14.9%↑) 등 8곳에 달했다.
같은 기간 주식담보 비율이 가장 크게 감소한 그룹은 한진중공업홀딩스로 2020년 96.1%에 달했으나 올 9월에는 주식 담보가 전혀 없었다. 뒤이어 티케이지태광(75.9%p↓), KISCO홀딩스(31.9%p↓), 무림(26.9%p↓), HLB(19.0%p↓) 등 7곳이 10%포인트 이상 감소했다.
대출액 기준으로 보면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가 가장 많았다. 한미약품은 보유주식 대비 담보주식 비율도 85.9%로 전체 2위에 오를 만큼 비중이 높았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167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은 1317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사장(720억원, 6위)과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680억원, 7위)도 순위권에 집계됐다.
이밖에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938억원, 담보 계열사 2곳)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894억원, 담보 계열사 2곳) △김원우 NICE 이사(785억원, 담보 계열사 2곳) △윤상현 한국콜마홀딩스 부회장(575억원, 담보 계열사 2곳) △현정은 현대 회장(524억원) △방시혁 하이브 의장(495억원)이 각각 담보대출 액수 기준 10위권 안에 들었다.
대출금액 기준 상위 20명의 오너일가 중 절반 가량인 9명(45.0%)은 과거 상속이나 증여를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미약품 오너일가 4명(임종윤‧송영숙‧임종훈‧임주현)과 김원우 이사(2018년 NICE 24.61% 상속)과 윤상현 한국콜마홀딩스 부회장(2016년‧2019년 한국콜마홀딩스 22.82% 수증), 담서원 오리온 상무(2018년 오리온 1.10% 수증), 승만호 서부티엔디 대표(2017년 0.51% 상속),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2018년 콜마비앤에이치 4.36%, 2020년 콜마비앤에이치 2.00%‧한국콜마홀딩스 7.15% 수증)가 그 주인공이다.